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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소프라노 임선혜의 음악 그리고 일상

  • 작성일  2016-11-15
  • 조회수  10907

1. 임선혜 선생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순수해지고 맑아지는 느낌을 받곤 했어요. 노래는 언제부터 시작 하셨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노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주위에 늘 있었던 것. 어머니께서 작은 성당에 아마추어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하셔서 이러한 음악을 듣고 자랐고, 커서는 성가대 솔로 무대에 서면서 자연스럽게 라틴어를 읽고 모차르트, 하이든, 바흐를 자연스럽게 접했다. 하지만 전공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음악을 취미로 하는 직업을 삼고 싶었다. 그러다가 어머니께서 노래를 제가 갖고 있는 큰 재능이라고 생각하시며, 이 길에 도전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하시며 진로 제안을 하셨다. 고1때 레슨도 받지 않고 전국의 콩쿨을 다녔었다.그러다가 친구 레슨 선생님인 고 최대석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저의 목소리를 들으시고 ‘이런 소프라노가 어디에 있었나’ 하시면서 감탄하신 선생님은 당장 노래를 시작하자며 권유했을 때, ‘이게 정말 의미 있는 일입니까’라고 되물었었다. 그 당시 조수미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자서전을 읽고 쉬운 길이 아니란 것을 알기에 두려웠었다. 그만큼 재능이 있지 않으면 어려운 직업일 텐데, 과연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확신에 차서 가르쳐 주셨고 저도 매주 레슨 받는 것이 너무 기뻤고 신났던 기억이 난다.


2. ‘고음악계의 디바’로 불리실 정도로 ‘고음악’이라는 장르에서 워낙 유명하시고, 유럽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셨잖아요. 고음악 전문 연주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고음악을 잘 알지도 못했고, 서울에서 대학생활 할 때는 종교가곡 시간에 유명한 오라토리오를 몇 곡 배워봤을 뿐인데, 크게 유행이 되고 있었던 고음악 운동은 몰랐다. 우연한 계기가 되었던 건 유학을 갔을 때, 많은 좋은 오라토리오 곡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사실이 신났고 연주가 많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바흐와 하이든의 오라토리오를 1년 내내 배웠다. 그리고는 갑자기 필립 헤레베헤가 급하게 소프라노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다음날 바로 무대에 서게 되었고, 그 이후로 ‘한국, 동양에서 온 소프라노가 누구인가’ 라며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필립 헤레베레, 윌리엄 크리스티, 파비오 비온뒤, 모르네 야콥스 등 거장들과 함께 연주하다 보니 고음악의 매력에 쉽게 더 빠져들게 되었다. 제가 의도 한것이라기 보다는 운이 좋게 제 목소리에 잘 맞았고, 제가 표현할 수 있다는 분야가 저절로 복이 저에게 굴러와 주었다고 생각한다.


3. 지금까지 정말 많은 무대에 서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만 17년이 넘는 동안 많은 무대에 섰고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 때 당시 모두가 다 너무 특별했기 때문에 하나를 떠올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들을 때 마다 늘 하는 대답은 가장 최근에 했고 지금 공부하며 준비하고 있는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대답한다. 최근 부산에서 부산시향과 ‘사랑의 묘약’ 공연을 했는데, 7년 만에 ‘아디나’라는 역할을 다시 맡았고, 그리고 이 역할을 7년 만에 무대에 서면서 그 사이에 많은 장르, 다른 시대의 공연을 해왔는데 내 스스로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했다. 이 공연 바로 직전에 이스라엘에서 ‘바흐’를 공연했었는데 오라토리오와 오페라의 장르도 다르고, 이렇게 시대적으로도 많이 차이가 나는 그런 곡들이어서 이 크로스오버를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어떤 가능함이 있을까, 제게 어떤 음악적 감성의 원동이 될까, 이런 물음과 저에 대한 또 다른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또 다른 호기심이었다. 극이 재미있고 유쾌하기 때문에 즐겁게 끝낼 수 있는 작업인줄은 알았지만 그 과정이 중요하다. 목표에 도달해 가는 과정을 어떻게 해내느냐가 가장 궁금했다. 오랜만에 이탈리아 로맨틱 오페라를 했고, 결과적으로는 생각만큼 즐겁게 작업했다. 아직도 어떤 면이 가능하고, 어떤 것을 더 도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공연이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공연은 10월 중순에 포루투갈에서 공연할 ‘말러 4번’이다. 이 곡도 오랜만에 연주하는 곡이다. 2010년 피츠버그 오케스트라와 녹음을 한적이 있는데, 그때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다시 곡을 보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고, 더 많은 상상력이 들어있고, 가사가 더욱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지금 현재 머리 속에 꽉 찬 공연이다.


4. 무대에 오르기 마지막 10분 전!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의상도 갈아입고 거의 준비를 다 마친 상태 일 텐데, 공연 직전에 느끼는 좋은 긴장감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제 마음을 다스리는 기도를 하는 시간이다. 가톨릭에서는 식사 전에 하는 기도 문구인데, 제 나름대로 바꿔서 “주님, 이 시간과 저희 모두에게, 이 시간을 위해서 와주신 관객들과 무대 위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무대 뒤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좋은 시간이 되고 축복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기도를 드린다. 저 나름대로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무대라는 것이 아무리 아티스트 본인의 능력과 집중력으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꼭 자신만의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준비하고 목표한 것 이외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좋은 겸손함과 선한 자신감을 갖게 하는 평정심을 찾는 시간이다.


5. 최근 뮤지컬, OST, 가곡 등 정말 다양한 장르에서도 활동 중이신데, 클래식 음악이 아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시며 어려운 점은 없나요? 어떠세요?
뮤지컬, OST 참여는 상상은 했지만 해야 되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었고, 제안이 들어와서 해왔던 작업들이다. 무언가 다른 일이기 때문에 나의 어떤 부분을 믿어서 이런 제안을 했을까 궁금했다. 그 믿음만큼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믿는 만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수락하고 진행했다. 뮤지컬이나 드라마 OST를 참여한다고 해서 성악적 테크닉을 바꾸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늘 본업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뮤지컬 배우의 창법대로 과감하게 바꿀 수는 없었지만, 그렇지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을 찾기 위해, 그 표현의 극대화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했다. 드라마 OST도 마찬가지로 많은 가수들과 달리 제가 제 목소리로 불렀을 때 어떤 효과를 사람들이 기대하고 나 자신은 이 안에서 어떤 즐거움을 찾는가에 대해 생각했던 즐거운 작업이었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타 장르를 꾸준히 하시는 분들의 경험과 노련함은 역시 시간에 비례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6. 보통 연주가 없을 때는 어떻게 지내세요? 노래 말고 다른 특기나 취미활동을 가지고 있나요?
스케줄이 많은 편이긴 해서 여유가 많지는 않지만.. 집에 쉬는 날에는 밖에 전혀 나가지 않는다. 짐을 싸고 이동하고 호텔에 짐을 푸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집 안에서만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을 한다. 그 동안 보지 못했던 책을 읽거나 하루 종일 침대에서 나가지 않는다. 여유가 조금 있을 때는 지내보고 싶었던 도시나 장소에 가서 정신 없는 삶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여행을 하며 휴식을 취한다. 대부분은 두문분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조용히 있으면서 책을 보는 것을 즐긴다.


7. 임선혜가 생각하는 ‘좋은 무대’, ‘좋은 음악가’란 무엇인가요?
어떤 사람은 소통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또 어떤 사람은 예술가의 개성과 소신을 이야기하지만. 순수한 예술을 하고 그러다 보면 어쩌면 학구적인 면에 치우칠 수 있어 소통이 부족해지고, 소통을 중요시하다 보면 그 예술가가 부단히 노력해서 얻어낸 순수한 결과물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소통이라는 이름으로 근원이, 원래의 의도 자체가 바뀌는 경우를 볼 수가 있다. 예술가라면 그 지점에서 늘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떤 것이 좋은 타협점이며, 어떤 부분에서 내가 생각한 것,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을 관객들도 나처럼 느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는 것, 그것이 좋은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예술가라면 자신만의 소신이 있어야 하고, 그 대신 열린 귀를 갖고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수용할 수는 없겠지만, 그 중에서 자신에게 도움될만한 것을 찾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8. 오는 12월 2일 성남 티엘아이아트센터 열릴 콘서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티엘아이 콘서트 제안을 제안 받고, 모든 것이 결정되기 전에 홀을 가장 먼저 찾았다. 어떻게 생긴 곳이고, 어떤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그 공연장에서 관객과 제가 알맞는 공연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위해서 공연장을 먼저 방문했다. 품격 있고 아담한 곳이어서 생각보다 훨씬 더 관객과 무대 위 제가 서로 잘 보이는 곳이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콘서트를 구성하게 되었다. 큰 홀에서는 공명이 되니까 노래가 많이 전달되어도 대사까지는 전달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편하게 저의 음악 인생 이야기를 하고, 여러 장르의 노래를 섞어 이야기와 연결된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다른 취지로 ‘소프라노 임선혜와 함께하는 희망 나눔 콘서트’를 하고 있는데, 그 곳에서도 곡에 대한 설명과 아티스트와의 대화 등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 콘서트 이외에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제 이름으로 진행하는 토크콘서트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까 고민하고 있고, 많은 분들을 모시지는 못하지만 찾아주신 관객 분들과 재미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진솔한 답벼 주신 소프라노 임선혜씨께 감사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