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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스크] 공연리뷰- 세계 오페라계에 김건우시대 예고한 독창회

  • 작성일  2018-08-13
  • 조회수  6889
마지막 곡인 오페라 ‘연대의 아가씨’ 중 오늘은 기쁜날(Ah, mes amis)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가 콘서트장을 메웠다.
‘이 곡을 이토록 부드럽고 감동적으로 소화해낼 수 있다니...’ 관객들은 자신들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11일 저녁 성남 티엘아이아트센터에서 열린 테너 김건우 독창회는 국내 첫 독창회로는 무대가 좁은 느낌이었지만, 오히려 관객들에게 그의 섬세한 숨소리까지 전달할 수 있었던 최고 품격의 독창회였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치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등 세계 3대 테너의 연주를 직접 들었던 필자는 테너로서 최고 난이도로 꼽히는 아리아들 가운데 어떤 아리아들은 그들보다 음악적으로 탁월하게 해석해나간 김건우의 연주에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또한 그는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호세 쿠라, 조셉 칼레야 등 현 시대를 풍미하는 테너들을 밀어내고 새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김건우가 직접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한 콘서트는 베르디 오페라 팔스타프 중 ‘뜨거운 입술에서 사랑의 노래가 흐르네’, 도니제티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내 조상의 무덤이여’를 시작으로 오페라 아리아, 이탈리아와 한국 가곡으로 이어졌다.
그는 고난도의 역량이 요구되는 아리아는 물론 가곡에서도 섬세한 감정을 자신의 음악으로 재해석해 표현하는 최고의 음악적 기량을 보여줬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도 각 프레이즈마다 플라치도 도밍고나 플로레즈가 무릎을 칠 만큼 깜짝 놀랄 정도로 탁월한 해석을 연출했다.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양 출신 테너들보다 신체적 에너지가 적을 수 밖에 없는 한국인의 체질을 가진 성악가지만, 그는 서양 성악가들이 따라오기 힘들만큼의 음악적 표현력으로 김건우식 아리아를 선보이고 있다.

테너 김건우의 최고 장점은 테너들이 습관적으로 '밀어내기' 일쑤인 고음부분을 피아노(p) 또는 피아니시모(pp)로 처리하는 실력이다. 클라이맥스에서 포르테(f) -> 포르테시모(ff)로 고음을 연주하다가 피아노(p)로 마무리하는 테크닉은 주세페 디 스테파노 이후 테너들 사이에 사라졌던 초고난도 테크닉이다. 도밍고나 카레라스도 이 테크닉을 구사하지 못했다. 물론 김건우의 이같은 연주는 각고의 노력을 통해 다져진 것이다.

에너지가 다 소진된 후 연주한 마지막 곡 ‘연대의 딸’이라말로 이번 콘서트의 백미(白眉)였다. 그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로레즈와는 또다른 ‘김건우 스타일’의 Ah mes amis를 보여줬다. 100년만에 한번 나타날 목소리이라는 파바로티와는 음질을 비교할 수 없지만,음악적으로 결코 손색이 없었고, 플로레즈보다는 분명히 강한 음질에다 자신만의 음악성을 입혔다.

프로그램에 인쇄된 연주가 모두 끝나고,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 새벽은 어둠을 가르고(L'alba Separa Dalla Luce L'ombra) 등 앵콜이 이어지는 동안 자리를 뜬 관객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관객들을 매료시킨 음악회였다.

김건우는 2019년 시즌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고난도의 기량을 요구하는 도니체티 ‘연대의 딸’의 주인공 토니오 역으로 데뷔한다. 그가 존경하는 파바로티,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가 ‘하이C(테너 최고 음역), 하이D의 제왕’이라 불리게 된 바로 그 역할이다.
이 오페라 무대야말로 본격적으로 세계 오페라계에 김건우를 각인시키는 오페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낳은 자랑스런 테너 김건우. ‘3대 테너 이후 테너 고갈시대’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해마지 않는다.
 

[박정규 위키리크스한국 대표이사/ 오페라평론가]
원문보기: http://www.wikileaks-kr.org/news/articleView.html?idxno=31148